겟 아웃을 처음 봤던 게 2017년이었어요. 개봉 당시 워낙 화제라 궁금해서 보긴 했는데, 그때는 솔직히 다 이해하진 못했죠. 그냥 되게 불편하고 기묘한 분위기라 독특하네,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봤는데요. 와, 그때 못 느꼈던 게 한꺼번에 몰려오더라고요. 왜 이 영화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는지, 왜 사람들 입에서 명작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일단 무서운 방식이 달라요. 대부분 공포영화는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튀는 그런 걸로 공포를 주잖아요. 근데 겟 아웃은 달라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상해요.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들이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데, 대화 끝에는 꼭 어딘가 불편한 찝찝함이 남아요. 웃고 있는데 전혀 안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거죠. 약간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상한 사람들 있잖아요. 겉으론 친절한데 뭔가 속이 안 보이는 느낌. 딱 그거예요.
특히 로즈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부터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하죠. 대사 하나하나가 다 의미심장하고, 말투도 뭔가 어색해요. 그리고 그 집에서 일하는 흑인 하인들… 정말 섬찟해요. 눈빛이며 말투며, 뭔가 정상이 아닌데 그게 또 너무 조용하고 얌전하게 다가와서 더 무서워요. 이 영화의 공포는 ‘조용한 공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소리 없이 조여오는데, 나중엔 숨 막히는 그런 느낌이요.
인종 이야기를 이렇게 무섭게 풀어내도 되나 싶었다
겟 아웃은 진짜 대단한 게요,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요. 근데 설교처럼 다가오는 게 아니라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놔서 오히려 더 강하게 와닿아요. 그리고 무서운 건, 영화 속 백인 가족들이 굳이 인종차별적인 말을 직접 하지 않아요. 오히려 “나는 인종차별 안 해요” “오바마 좋아해요” 같은 말만 해요. 근데 그게 더 무서운 거예요.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인데, 그 속에 깔린 시선은 결국 '너는 우리랑 다른 존재야'라는 걸 보여주니까요.
로즈 가족은 크리스를 좋아하는 척하지만, 결국은 그의 신체만을 이용하려고 했죠.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고요. 마치 흑인을 어떤 소비의 대상으로 본다는 느낌? 거기다 '선킹 플레이스'라는 설정이 너무 강렬했어요. 몸은 움직이는데 의식은 어디 깊숙한 어둠 속에 갇혀버리는 그 장면… 너무 절망적이고 무서웠어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흑인들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소외와 억압을 상징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로즈가 인터넷으로 흑인 남성들 사진을 쭉 훑어보는 장면도… 처음 볼 땐 그냥 연애 취향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나니 진짜 무섭죠. 이 가족은 흑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고르고 있는' 거였어요. 더 강한 신체, 더 나은 유전자를 찾는 방식으로요. 인간을 상품처럼 고른다는 그 냉정함이 너무 소름 끼쳤어요.
장면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영화
겟 아웃은 봐도 봐도 새롭게 해석할 게 계속 나오는 영화예요. 그냥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머리 쓰게 만드는 영화랄까요. 예를 들면 초반에 사슴을 치는 장면도 그냥 지나치면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어요. 근데 나중에 크리스가 아빠를 죽일 때 사슴뿔로 찌르잖아요. 그게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어떤 복수의 상징처럼 느껴졌어요. 그 사슴은 그의 어머니와도 연결되는 존재였고, 결국 그 기억으로부터 힘을 얻는 장면이 된 거죠.
또 마지막에 경찰차가 등장하는 장면도 정말 인상 깊어요. 처음 봤을 땐 “이제 다 끝났구나” 하고 마음 졸였는데, 친구가 내리면서 진짜 안도의 한숨이 나왔죠. 근데 왜 그게 무서웠을까요? 왜 경찰차가 도착하는 게 ‘안전하다’가 아니라 ‘이제 다 끝났다’라고 느껴졌을까요? 그건 현실에서 흑인들에게 경찰은 ‘보호’보단 ‘위협’의 존재라는 걸 반영한 거겠죠. 그 짧은 순간에도 감독은 현실의 무게를 영화에 녹여낸 거예요.
이렇게 겟 아웃은 그냥 장면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조명, 소리, 대사, 편집 전부 다 계산된 느낌이에요. 근데 그게 또 너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 감탄하게 되죠.
겟아웃, 다시 봐도 명작 맞다
영화 많이 본 사람들 사이에서 겟 아웃은 그냥 유명한 호러영화 정도가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인생 영화라고도 하고요. 저는 이번에 다시 보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겟 아웃은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깨어 있게 만드는 영화’라는 걸요.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있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꽉 차 있어서 한 번으로는 다 소화가 안 되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조던 필 감독은 단순히 잘 만든 영화를 넘어서, 흑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최초의 공포감독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어요. 그동안 공포영화는 흑인 캐릭터가 1순위로 죽는 존재였는데, 겟아웃은 그 공식을 완전히 깨부숴요. 이건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영화사에 남을 흐름의 변화라고 봐요.
다시 보니 더 잘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놓쳤던 장면도 보이고, 상징도 더 와닿고요. 처음 봤을 땐 ‘이상한 영화네’였는데, 지금은 ‘천재가 만든 영화구나’라고 느껴져요. 겟아웃을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기도 해요. 처음 그 충격을 다시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미 본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더 보세요. 아마 그땐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