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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에일리언 명장면들 (에일리언, 리뷰, 명장면)

by cocoji 2025. 4. 9.

영화 <에일리언> 포스터
영화 <에일리언> 포스터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평생 머릿속에 박히는 경우가 있죠. 제게 '에일리언'이 딱 그랬어요. 외계 생명체가 나오는 무서운 영화라는 걸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나오고 놀라게 하니까 어린 마음에 외계인이 만약 우리집에 찾아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첫 편을 보고는 한동안 어두운 복도도 못 지나갈 정도였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지금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무섭지만 끌리는, 보고 또 봐도 긴장되는 영화. 그래서 오늘은 다시 한 번 에일리언 시리즈를 복기해보며,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과 그 영화가 가진 진짜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에일리언의 첫 등장, 아직도 소름 돋는 그 장면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이지만, 처음 ‘에일리언’을 본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역시 케인의 가슴을 뚫고 나온 작은 괴물, 일명 '체스트버스터' 장면이었어요. 저는 진짜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화면을 멈추고 방에 불을 켰어요. 당시엔 CG가 흔한 시대도 아니었고, 사운드나 연출 하나하나가 너무 리얼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장면은 배우들에게도 미리 설명 안 해주고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배우들이 놀라는 리액션이 진짜였던 거죠. 덕분에 보는 사람도 같이 놀라고, 숨을 멈추게 돼요. 그리고 에일리언의 외형 디자인. H.R. 기거라는 아티스트가 만든 그 독특한 외계 생명체는, 정말 말 그대로 ‘인간의 불쾌한 상상’을 시각화한 존재였어요. 젤리처럼 미끈하면서도 날카롭고, 마치 생물과 기계가 합쳐진 느낌. 너무 낯설어서 더 무서운 거죠. 첫 등장부터 이 영화는 "이건 단순한 SF가 아니야"라고 강하게 선언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다시 봐도, 그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강렬하더라고요.

잊히지 않는 명장면 TOP 3, 다시 봐도 충격

에일리언 시리즈는 편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정말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장면들이 있어요. 첫 번째는 앞에서 이야기한 체스트버스터 장면이고, 두 번째는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여왕 에일리언과 마주치는 장면이에요. 그 유명한 대사, “Get away from her, you bitch!” 기억나시죠? 리플리가 거대한 파워로더를 입고 나타나 여왕과 맞서 싸우는 장면은, 진짜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강렬하고, 주체적으로 싸우는 모습은 당시 영화에선 거의 없었거든요. 그 장면 하나로 리플리는 전설이 됐죠. 그리고 세 번째는 ‘에일리언 3’의 마지막, 리플리가 에일리언 여왕의 숙주가 된 걸 알고 스스로 쇳물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이에요. 음악도, 연기도, 화면도 모든 게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정이 너무 강하게 와 닿았어요. 슬프고, 무섭고, 이상하게 아름다웠어요. 이 세 장면은 공통적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방식이 다 다르고, 그 안에 담긴 인간성과 감정선이 달라서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포를 완성한 진짜 주인공은 ‘분위기’였다

사실 에일리언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괴물이 무섭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 ‘분위기’ 때문이죠. 음악도 거의 없다시피 한데, 그 적막함이 오히려 더 무서워요. 갑자기 삐걱이는 철문 소리, 발자국 소리, 공기 순환기 돌아가는 소리… 그 모든 게 긴장감을 끌어올려요. 아무 소리도 없는 우주에서, 단 한 번의 소리로 놀라게 되는 거죠. 조명도 중요해요. 너무 어두운데, 또 완전히 어둡진 않고 어딘가 깜빡이는 빛. 그래서 화면 속을 뚫어지게 보게 돼요. "저기 뭐 지나간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죠. 그리고 인공지능 캐릭터들, 애쉬와 비숍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어요. 처음엔 인간처럼 친절하고 이성적인데, 갑자기 돌변하면서 인간보다 더 무섭게 느껴져요. 기계가 인간을 배신한다는 그 공포, 지금 보면 AI 시대의 공포와도 맞닿아 있어서 소름 돋아요. 에일리언 시리즈는 그렇게 시각적, 청각적, 철학적인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서, 우리가 무서움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예요. 누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라는 영화가 아니라,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긴장감.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봐도 에일리언은 정말 잘 만든 영화예요. 단순히 SF영화도, 괴물 영화도 아니고, 인간의 내면과 죽음, 생존, 존재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으니까요. 한 편의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드물죠. 혹시 예전에 에일리언을 무섭게만 보고 잊고 계셨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꺼내 보세요. 나이 들어서 보면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새로운 시선으로, 그때는 몰랐던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