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죠,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 예고편 딱 한 번 봤을 뿐인데, 분위기가 뭔가... 범상치 않아요. 세계관도 독특하고, 로버트 패틴슨도 등장하고. 근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줄거리보다도 “이걸 봉준호가 만든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봉준호 영화는 매번 새롭지만, 그 안에 늘 ‘그 사람다움’이 녹아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영화 보기 전에 다시 한 번 그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예습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미리 다시 보면, 신작도 더 풍부하게 보일 것 같은 그런 느낌요.
1. 기생충 – 우리 모두 안에 있는 '기생'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사실 좀 당황했어요. 이게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터질 영화라고는... 솔직히 그땐 몰랐죠. 칸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그냥 상 휩쓴 게 아니라,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운 작품이잖아요.
기생충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스며든다’는 이야기인데요,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무서웠어요. 특히 저는 반지하 집에서 시작해서, 언덕 위에 있는 대저택, 그리고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는 그 흐름이 인상 깊었어요. 계속 아래로, 더 아래로, 그리고 마지막까지... 결국 올라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게 더 찝찝하고요.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정말 공평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더 찔리는 거 있죠. 영화 보는 내내 웃긴데 불편하고, 재밌는데 마음이 자꾸 불안해지는 게 진짜 묘했어요.
또 하나, 이 영화가 대단했던 건 디테일이죠. ‘냄새’라는 소재 하나로 계급을 설명한 것도 그렇고, 그 모든 공간이 하나의 은유처럼 느껴졌어요. 다 보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2. 설국열차 – 달리는 열차, 멈추지 않는 이야기
설국열차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봉준호 영화예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처음 봤을 때도 충격이었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여전히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요.
이야기는 간단하죠. 지구가 얼어붙고, 인류는 거대한 열차 안에서 살아가요. 근데 그 안에서도 여전히 꼬리칸과 머리칸, 계급이 존재하고, 주인공은 그 계급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요. 말 그대로 ‘앞으로’죠. 한 칸, 또 한 칸,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저는 이 영화에서 꼬리칸이 점점 머리칸으로 나아갈 때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사실 이런 구조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거창한 정치 얘기 아니고요. 학교, 회사,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우리는 늘 ‘누가 더 위냐, 누가 더 중심이냐’ 같은 걸 의식하잖아요.
설국열차가 대단한 건, 그런 메시지를 SF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거예요. 액션도 긴장감도 꽉 차 있으면서도, 끝까지 보고 나면 그냥 ‘재밌었다’는 말로 끝내기 어려운 영화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게 봉 감독의 첫 해외 프로젝트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해요. 미키17도 그런 맥락에서 설국열차와 연결되는 작품일 거라고 봐요. 다시 말해서, 봉준호의 ‘글로벌 모드’를 이해하려면 이 영화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에요.
3. 마더 – 사랑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
마더는… 이건 정말, 보고 나면 멍해지는 영화예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멍—하게 앉아 있게 되는. 김혜자 배우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르고요. 그 눈빛, 그 침묵, 그 손짓 하나하나가 진짜 오래 남아요.
스토리는 단순해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이 살인범으로 몰리고, 엄마가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근데 이게 그냥 ‘모성이 위대한 영화’는 아니에요.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엄마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사랑은 정말 옳은 걸까? 이런 질문이 계속 생겨요.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되게 현실적인 고민으로 이어지죠.
봉준호 감독이 다른 영화들에서 사회나 구조를 들여다봤다면, 마더에서는 인간, 그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깊이 파고든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전, 미키17의 예고편을 보면서도 그 배경이나 장르보다, ‘이번엔 또 어떤 인간의 본질을 건드릴까?’가 더 궁금하더라고요.
미키17, 그전에 이 세 편은 꼭 봐야 해요
영화가 좋아지는 순간은 단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 감정, 분위기 같은 게 나한테 묘하게 ‘닿을 때’라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 영화는 그런 면에서 진짜 매번 닿아요. 다르면서도 묘하게 익숙하고, 불편하지만 끌리고, 쉽지 않지만 자꾸 생각나는.
미키17도 분명 그런 영화일 거예요. 그래서 보기 전에, ‘기생충’, ‘설국열차’, ‘마더’ 이 세 작품을 한 번씩 다시 보면 어떨까요?
그냥 복습용이 아니라, 감독의 시선, 스타일, 감정을 다시 마주보는 시간으로요.
보고 나면 아마, 미키17에서 보게 될 어떤 장면에서 “아, 이건 봉준호다” 하고 혼자 피식 웃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