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는 한번 보면 그냥 ‘예쁜 영화’라고 느껴지지만, 두 번 보면 그 안의 구조와 상징, 감정선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영화예요. 처음 봤을 땐 그냥 감동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볼수록 '아, 이래서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회자됐구나' 싶더라고요.
이 영화는 단순히 예쁘고 감성적인 음악 영화가 아니에요. 음악,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서 정말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죠.
이번 글에서는 라라랜드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음악과 연출, 그리고 연기의 세 가지 측면에서 차분하게 풀어볼게요.
1. 음악 – 듣는 것만으로도 장면이 떠오르는 OST의 힘
라라랜드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에요. 음악이 주인공이고, 음악이 감정을 끌고 가죠. 오프닝 장면 기억나시나요? 고속도로 위에서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나와 갑자기 춤추는 장면. 처음 봤을 땐 '이게 뭐지?' 싶었는데, 곡이 끝날 즈음엔 어느새 저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더라고요.
‘Another Day of Sun’은 진짜 그냥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에요. 시작부터 너무 경쾌하고, 뮤지컬다운 활기가 넘쳐요. 이게 바로 라라랜드가 전하려는 ‘꿈을 좇는 청춘의 에너지’죠.
그리고 이 영화의 테마곡 같은 ‘City of Stars’는… 진짜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요. 고슬링이 직접 피아노 치면서 부른 그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단순한 멜로디에 담긴 여운이 너무 커요. 이 곡은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여러 번 리프라이즈 되는데요, 매번 들을 때마다 감정이 달라져요. 같은 곡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죠.
라라랜드의 OST는 하나같이 다 좋아요. ‘A Lovely Night’, ‘Someone in the Crowd’,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등… 각각의 곡이 캐릭터의 감정, 상황, 분위기를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들을수록 장면이 자동 재생돼요.
특히 'Audition' 장면은… 엠마 스톤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부르는 그 순간, 진짜 말 그대로 몰입하게 돼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앞에서 속마음을 고백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 모든 곡들이 그냥 멋진 음악이 아니라,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음악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정말 뛰어나다고 느꼈어요.
2. 연출 –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감정을 비추는 색감
라라랜드는 음악만큼이나 연출이 눈에 띄어요. 처음 봤을 땐 그냥 ‘화면이 예쁘다’ 정도였는데, 두 번째부터는 색감 하나, 조명 하나, 카메라 워킹 하나까지 다 의미 있어 보이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색채의 사용이에요. 미아와 세바스찬이 처음 만났을 때, 미아가 입고 있던 노란 드레스. 그리고 친구들과 파티 가기 전 입는 원색 드레스들. 이 영화는 색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하죠. 꿈, 희망, 불안, 좌절… 감정의 변화가 색을 통해 드러나는데, 진짜 너무 디테일하더라고요.
그리고 밤하늘 아래서 두 사람이 춤추는 ‘A Lovely Night’ 장면. 말도 안 되게 예쁘잖아요. LA의 언덕 위, 뿌연 석양빛 하늘, 그리고 별이 뜨는 장면까지. 이건 그냥 영화라기보단 회화 한 장면 같았어요. 근데 또 웃긴 건, 그렇게 환상적인 장면 안에서 두 사람은 굉장히 현실적인 대화를 나눠요. 서로 간을 보면서도 호감을 드러내고, 애매한 관계 속에서 시작되는 설렘.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마지막 시퀀스예요. ‘만약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상상의 플래시백. 그 장면은 말 그대로 심장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어요. 현실의 이별이 더 깊이 느껴지고, 선택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거든요. 셔젤 감독은 이 장면 하나로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인생 그 자체를 담아낸 작품이라는 걸 증명했죠.
3. 연기 – 조금은 서툴러서 더 진짜 같았던 그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이미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커플이지만, 라라랜드에서는 정말 ‘인생 연기’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특히 엠마 스톤은 미아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들었죠. 연기도 잘했지만, 노래 부를 때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너무 진짜 같아서, 보는 내내 저도 울컥했어요.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오디션 보는 장면. 미아가 자신의 고모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낼 때, 눈빛이 진짜 ‘배우를 꿈꾸는 사람’ 그 자체였어요. 대사가 아니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그 장면에서, 엠마 스톤의 감정 연기가 완성됐다고 느꼈어요.
라이언 고슬링도 정말 대단했어요. 직접 피아노 연습을 몇 달 동안 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죠. 그래서인지 연주 장면마다 몰입감이 달랐어요.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진짜였고, 피아노 소리에 감정이 담겨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두 배우 다 뮤지컬 전문 배우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노래와 춤, 약간의 흔들림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쉬웠고, 관객 입장에서도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죠.
꿈, 사랑, 현실을 담은 뮤지컬 영화의 교과서
라라랜드는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영화예요. 그런데 그 안에는 생각보다 더 깊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요.
단순히 꿈을 이루는 이야기도 아니고, 사랑이 전부인 이야기만도 아니죠. 이 영화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예요. 꿈을 위해 사랑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져요.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공감 포인트도 달라지고, 여운도 다르게 남더라고요.
라라랜드는 한 번 보고 끝낼 영화가 아니에요. 두고두고 꺼내보게 되는 영화,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OST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다가오는 영화죠.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시고, 예전에 봤던 분들도 지금 다시 한 번 보세요. 분명 예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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