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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명작 세 얼간이 (우정, 사회풍자, 메시지)

by cocoji 2025. 4. 9.

영화 <세 얼간이> 포스터
영화 <세 얼간이> 포스터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처음 본 게 벌써 십 년도 넘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지금 다시 봐도 그때랑 똑같은 장면에서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학창시절, 진로, 꿈, 친구, 가족 같은 말에 마음이 예민했던 시절에 봤던 그 감정이 아직도 살아 있는 걸 보면, 진짜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구나 싶어요. 이 영화는 단순히 재밌는 인도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정면으로 비추는 거울 같달까요.

우정이라는 건 결국 서로를 진짜로 믿는 거더라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게 되는 순간이 많아요. 주인공 세 명이 만드는 분위기가 정말 자연스럽고 귀엽거든요. 란초, 파르한, 라주. 이 셋은 완전히 다른 성격에, 처한 상황도 제각각인데도 이상하게 서로를 끌어당겨요. 처음엔 그냥 장난 많이 치는 대학 동기들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서로의 인생에 진짜 중요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게 느껴져요.

특히 란초라는 인물은 보는 내내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너무 똑똑하고, 너무 자유롭고, 너무 다정한데,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죠. 란초가 친구들에게 해주는 말들이, 단순히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현실 속 조언처럼 들릴 때가 있어요. “성공을 좇지 마, 우수해져. 그러면 성공이 따라올 거야.” 이런 말, 사실 말은 쉽지만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긴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데 란초는 그걸 행동으로 보여줘요.

파르한이 진짜 하고 싶은 건 사진이지만 부모님이 원하시는 건 공학도. 라주는 가난한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 그 속에서 란초는 계속 친구들을 흔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거 해. 두려워도 해보자." 그 말에 결국 파르한은 부모님께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말하고, 라주는 면접에서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요.

그걸 보면서 나도 과거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싶었죠. 그만큼 이 영화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보여줘요. 서로의 인생에 진심으로 응원과 조언을 해주는 관계. 그게 진짜 우정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해줘요.

많이 웃지만, 가볍게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

‘세 얼간이’는 웃긴 장면이 정말 많아요. 인도 영화 특유의 유쾌함도 있고, 주인공들의 깨알 같은 장난이나 상황극도 재밌죠. 그런데 그 웃음 뒤엔 생각보다 무거운 메시지가 깔려 있어요. 이 영화는 인도 교육 시스템, 나아가 경쟁 사회의 부조리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거든요.

시험, 성적, 순위, 부모의 기대, 사회적 성공. 이 모든 게 영화 속 학생들을 억누르고 있어요. 그러다 결국 어떤 학생은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죠. 그 장면은 진짜 가슴이 철렁했어요. 너무 현실 같아서요.

지금 한국 사회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줄 세워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도전보단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되는 구조. 그러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게 되고, 어느 순간 그냥 살아지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해외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 삶을 통째로 비춰주는 거울 같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란초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이게 맞는 걸까?”, “진짜 배움은 뭘까?”, “네가 원하는 삶은 뭐야?” 그 물음은 결국 관객인 나에게도 돌아오죠. 웃다 울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있어요. 이런 영화, 많지 않아요.

마음에 오래 남는 말들, 오래 남는 사람들

‘세 얼간이’는 볼 때보다 보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예요. 저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참 동안 핸드폰도 안 보고 그냥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 있었죠. “All is well.”

이 말, 그냥 '다 잘 될 거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선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와요. 불안하고 무서울 때, 마음을 다독이는 주문 같은 말. 아무 근거 없지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제일 자주, 제일 절실히 필요했던 말이 아니었을까요.

세 얼간이를 보고 나면, 영화가 끝났다는 느낌보단 뭔가 마음 한 구석이 차분해진 느낌이 들어요. 내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되고, 예전 친구 얼굴이 떠오르기도 해요.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는 지금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란초는 어쩌면 우리 안에 잠든 가능성이나 용기를 상징하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따라가던 삶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삶. 그게 얼마나 멋지고 가치 있는지를 이 영화는 정말 잘 보여줘요.

다시 봐도 참 좋은 영화예요. 아니, 오히려 지금 더 와닿는 영화랄까요. 20대 때 봤을 땐 꿈과 우정이 가슴을 때렸고, 지금은 사회와 교육에 대한 메시지가 훨씬 깊게 다가와요. 보는 사람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 이런 게 진짜 명작 아니겠어요?

‘세 얼간이’는 단순히 재밌는 인도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 삶과 마음, 관계, 꿈, 두려움 같은 것들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영화예요. 혹시 지금 인생이 좀 혼란스럽거나, 나아갈 방향이 안 보일 때라면 이 영화 다시 꺼내보세요. 예전엔 놓쳤던 말들이 새롭게 들릴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꼭 한 마디 해주세요. "All i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