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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시 본 조커 (명작, 감상평, 분석)

by cocoji 2025. 4. 21.

조커 포스터
조커 포스터

 

처음 이 영화를 봤던 게 벌써 몇 년 전이에요. 2019년, ‘조커’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 반응이 정말 뜨거웠죠. 누구는 예술이라고 했고, 누구는 너무 불편하다고 했고요. 저도 그때 영화관에서 보고 나와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나요. 시간이 꽤 흘렀고, 그 사이 세상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2025년 지금, 우연히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이상하게 그때보다 더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그냥 영화 한 편 다시 본 게 아니라, 되게 큰 거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이 글을 써보게 됐어요. 단순 리뷰보다는, 다시 본 조커가 제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나눠보고 싶었어요.

조커가 던지는 이야기

조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단순히 폭력 장면 때문은 아니었고요, 그 사람이 점점 무너져가는 걸 너무 생생하게 보여줘서… 감정적으로 진짜 힘들더라고요. 아서 플렉이라는 사람, 처음엔 그저 안쓰러운 캐릭터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건 남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 안에 조커 같은 면이 조금씩은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그 사람이 사회에서 겪는 무시, 무관심, 냉대. 처음엔 좀 과장된 설정 같았는데, 다시 보니까 생각보다 현실이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병 때문에 웃음을 멈출 수 없는데, 사람들은 그걸 비웃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잖아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돌아오는 건 더 큰 외면이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은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 나한테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진 게… 영화 속 그 폭발이 아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서가 방송국에 나가서 마지막으로 하는 대사였어요. “당신들 같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 그 말, 그냥 영화 대사인데도 묘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긴 한 걸까, 요즘 들어 자꾸 생각하게 돼요.

배우, 연출, 그리고 그 섬세한 감정들

호아킨 피닉스. 이 배우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죠. 연기를 넘어서 그냥 그 사람 ‘아서’가 된 것 같았어요. 웃음도, 울음도, 몸짓 하나까지 다 진심 같아서 화면 속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몸도 일부러 말라 보이게 감량했다고 하던데, 그런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다 녹아 있었죠.

아 그리고 그 웃음, 아시죠? 그냥 웃는 게 아니잖아요. 병적인 웃음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숨어 있어요. 억지로 웃는 거, 속은 울고 있는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사실 우리도 가끔 그렇게 웃고 살잖아요. 회사에서, 학교에서, 그냥 사회에서. 어쩌면 그게 더 무서운 거죠. 우리는 웃는 얼굴 뒤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잘 모르니까요.

연출도 진짜 치밀했어요. 색감이랑 카메라 워크, 음악까지. 특히 색감은 볼 때마다 감탄해요. 도시 배경은 일부러 칙칙하게 잡아놓고, 조커로 변해갈수록 그의 의상은 점점 더 강렬해지잖아요. 붉은색 수트, 초록 머리… 그런 시각적인 변화들이 ‘아서’가 ‘조커’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딱 보여주는 장치 같았어요.

음악도요. 불안하게 울리는 현악기 소리, 갑작스레 정적이 흐르는 장면… 그냥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아서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끌어내는 도구였어요. 그래서 영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감정처럼 느껴졌달까요.

2025년에 다시 보니까… 더 현실 같아요

처음 봤을 때도 강한 인상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2025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바쁘고, 각자 사느라 정신없고, 누군가의 외로움엔 여전히 둔감해요. 사실 이런 사회라면, 또 다른 ‘아서’가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여전히 중요한데, 조커는 이 부분을 참 잘 짚은 것 같아요. 영화 속 아서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복지 예산이 줄어들면서 상담도 약도 끊기잖아요. 그런 장면 볼 때마다 왠지 내가 사는 세상 얘기 같아서 씁쓸하더라고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건강 이슈가 점점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죠. 편견도 있고, 조용히 숨기려는 분위기도 있고요.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적어도 누군가가 이상해 보일 때, 함부로 판단하거나 조롱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려고 하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커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너무 특별한 악당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 그냥 잊기엔 너무 많은 걸 남겨요

조커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는 영화가 아니에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삶을 겪을수록 더 많은 걸 깨닫게 해줘요. 처음엔 그냥 충격적이고 무거운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속에 담긴 인간 이야기, 사회 이야기, 감정 이야기들이 더 깊이 다가오더라고요.

누군가는 이 영화가 불편하다고 해요. 맞아요, 불편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불편함이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너무 많은 것들이 무뎌지고 있는 세상에서는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조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말 기뻐요. 그리고 다시 본다면, 그때와는 분명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명작이란 그런 거잖아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봐도, 여전히 할 말이 많은 작품.